8월 31일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라 할 수 있는 결혼식을 마치고, 9월 2일에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뉴욕에서의 5일도 정말 너무나 좋았었는데, 언젠가 한 번 이야기를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오늘은 칸쿤에 대해서 짧게 남겨보고자 합니다.
천국은 멀리 있다 : 18시간의 비행
멕시코 칸쿤은 한 10년 전부터도 신혼여행의 성지로 불렸던 곳이라고 합니다.
혹자는 아무리 칸쿤이 좋아봤자, 몰디브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하시기도 하는데, 글쎄요… 둘 다 가보진 못했지만 저는 칸쿤이야말로 감히 신혼여행의 성지라 할만하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가히 천국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은데, 딱 2가지의 문제만 있었습니다. 바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돈입니다.
칸쿤은 이 곳 대한민국에서 바로 간다고 하더라도 한 16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최근에 직항이 생겼다고 합니다), 뉴욕을 거쳐서 가게 되면 뉴욕까지 14시간, 다시 뉴욕에서 칸쿤까지 4시간 더 걸려서 최소 18시간이 소요됩니다. 하루가 24시간이니까, 사실 수속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하루를 그냥 비행기에서 보내는 셈입니다. 정말 멀어도 너무 멀다 싶긴 한데, 막상 칸쿤에 도착하고나서 리조트에 짐을 풀고 있노라면 멕시코 만과 카리브 해의 중간에서 맛보는 바다의 풍경이 일품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신혼여행에서 처음으로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노선을 타보았습니다. 한 6~7년 전에 중국에서 잠깐 살때도 중국 내에서 이동하는데 4시간 정도 걸렸던 게 가장 긴 노선이었는데, 이제서야 미국과 칸쿤을 가게 되면서 장거리를 제대로 경험해 본 셈입니다. 혹자는 그래도 신혼여행이니까 비즈니스 정도는 타지 않았을까 지레 짐작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이코노미를 타고서 왕복으로 다녀왔기 때문에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별 걸 다했는데, 그나마 제가 미리 출발하기 전에 네이버 시리즈나 카카오 페이지에서 볼만한 작품을 완결까지 모두 구매해놓고 출발해서 지루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다음에도 장거리 노선을 타야 할 일이 생긴다면 똑같이 준비해서 심심하지 않게 할 생각입니다.
올 인클루시브 매직 : 그래도 팁은 준비해 두세요
칸쿤 리조트들은 대부분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입니다. 즉 호텔 리조트 비용 안에 각종 부대비용들(레스토랑, 카페, 스낵, 아이스크림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따로 돈을 지불하실 게 사실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여기서 “거의” 없다고 표현한 건, 그래도 리조트마다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조금씩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하얏트 지바 칸쿤에서 한 4일 정도 머물렀고, 이어서 스칼렛 아르떼로 이동하여 한 3일 정도 머물렀습니다. 둘 다 모두 훌륭한 곳으로 서로의 장단점이 있는데, 가격 차이가 한 2배 가까이 나는 만큼 스칼렛 아르떼의 시설이나 액티비티 등이 훨씬 가치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만약 다시 골라야 한다면 여전히 고민은 되겠지만, 아마 좀 무리를 해서라도 스칼렛 아르떼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긴 한국에서도 1박에 100만원이 넘는 곳에 숙박을 한다고 하면 그정도 만족감은 당연히 느껴야 하는 거겠죠? ㅎㅎ
하얏트 지바와 스칼렛 아르떼 모두 훌륭한 서비스를 보여줍니다만, 서비스의 질 자체는 하얏트 지바가 좀 더 좋았습니다. 직원들의 친절함이야 물론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칼렛 아르떼 역시 마찬가지로 친절하고 좋았지만 브랜드 호텔이 보여주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시설 같은 경우에는 지바가 좀 더 오래된 느낌도 있고, 숙박 시설 내부의 컨디션도 스칼렛 아르떼 대비 조금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올 인클루시브는 무언가를 먹고 마시는데 있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게 해주니까 정말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휴양 개념의 여행을 가게 된다면 올 인클루시브를 먼저 살펴보게 될 듯 합니다.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국 달러로 된 팁은 챙겨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여행사에서 제시하는 수준의 팁 까지는 줄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만(계속 관찰해봐도 팁을 주는 외국인들은 한 50% 정도입니다), 방 청소를 해주시는 분께 남기는 2달러 정도의 팁이나, 레스토랑에서 저희 테이블을 담당해준 서버에게 전해주는 2달러 정도의 팁은 괜찮아 보였습니다.
팁을 안준다고 해서 서비스가 형편없어 진다거나 하진 않았고, 팁을 받는 종업원들도 팁이 필수는 아니라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메뉴를 전달 받거나 음료수를 주문해서 받았을 때 서로 기분 좋게 최소한 1달러씩 주는 건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팁을 주는 문화권에 여행 간 것이 이번이 처음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그래도 와이프 따라서 몇 번 주다보니까 익숙해진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팁 문화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ㅎㅎ
폭력적인 적도 태양 : 자외선 차단은 필수
칸쿤의 하루는 태양이 어느 정도 떠올랐는가에 따라서 갈립니다. 9월 초 칸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야외에서 생활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 정도로 태양이 뜨거웠습니다. 저는 적도 태양의 폭력적인 자외선이 얼마나 대단한지 미처 알지 못한 채로 딱 하루 동안 하루 종일 야외 수영장에서 튜브를 잡고 헤엄치며 놀다가 돌아다니다가 했었는데, 그 하루만에 노출된 팔이 모두 시커멓게 변해버리면서 따갑고 후끈거리게 되었습니다. 레쉬가드를 입었어야 했는데 그날 하루 안입었다고 이렇게 타버리나 싶기도 했고 여러모로 놀랬습니다.
리조트 직원분들은 애초에 전신을 꽁꽁 싸매고 근무하고 계셨었는데, 처음에는 날도 더운데 왜 저렇게 있지? 했지만 적도 태양의 폭력적인 뜨거움 앞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칸쿤으로 여행을 가신다면 레쉬가드 긴팔로 꼭 챙기시고, 자외선 차단을 위해서 썬크림은 자주 바르시기 바랍니다. 선글라스도 무조건 챙기셔야 합니다. 한낮의 태양빛도 무시무시한데, 물살에 반사되는 햇볕들도 눈을 때립니다.
한국 신혼부부들의 정모 장소 : 한국인듯 한국 아닌 한국 같은 칸쿤
우리나라의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뉴스에서도 학계에서도 우리나라가 이대로만 가면 곧 소멸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고, 실제로도 회사마다 20대 직원 비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등 문제가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칸쿤을 가보면, 그 귀한 신혼부부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많은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칸쿤 리조트에서 휴양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냥 리조트 어디를 걸어 가더라도, 수영장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인 신혼부부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정말 국민 신혼여행지라고 보셔도 됩니다.
처음에 뉴욕을 거쳐 멕시코 칸쿤으로 갈 때만 하더라도, 저에게 있어 멕시코라는 나라를 표현하는 단어들은 마약, 카르텔, 나르코스와 같은 다소 무섭고 부정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 본 칸쿤은 정말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멋진 곳이었고, 리조트 시설이나 직원들의 친절함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한국인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뭔가 궁금하거나 모르는 게 생기면 근처에 지나가는 한국인 신혼부부 관광객에게 한국말로 그냥 물어봐도 될 정도입니다. 약간 외국이라는 느낌이 조금 덜해지는 아쉬움은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나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선택받은 만큼 안전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언제 또 다시 가볼까… 또 가고 싶은 칸쿤
회사 동료분들 중에 한 분은 칸쿤이 너무 좋아서 결혼 후에 아이와 함께 다시 칸쿤을 찾았었다고 말씀해 주셨었는데, 그 마음을 이제는 좀 알 것 같습니다. 칸쿤이라는 곳이 주는 휴양의 느낌,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과 여유롭게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가보고 싶고, 좀 길게 휴양지를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세계 어디서든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칸쿤 리조트에서 카리브 해를 바라보며 TSBOARD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ㅎㅎ
v0.9.8 버전이 GitHub를 통해서 공개되었습니다…! 자세한 변경점은 주말에 마무리 작업 하고 공유드릴께요!